< 충장사 가는 길 >
2007년 10월 27일.
해마다 정기적인 행사인 친정 형제들의 가을 야유회 모임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5남 3녀의 부부가 한 자리에 모여
평소에는 별로 소식없이 지내다 모처럼 만난 자리에서
아직은 형제들이 큰 사고없이 건재할 수 있음을 큰 행복이라 여기면서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확인하는 자리다.
이번 모임 장소는 아버지께서 다리가 불편하심을 감안하여
가까운 화순온천으로 정하여 서울쪽에서 오는 사람들이야 조금 힘들겠지만
이곳에 사는 형제들은 부담없는 시간을 쓸 수있게 되어 좋았다.
특히 이번 모임 날짜는 둘째 오빠의 환갑날하고 겹쳐서
뜻깊은 시간을 갖을 수 있었음에 서로들 즐거워하였다.
다 큰 자녀들과 새 사위가 함께 식사 대접을 한다하여
더 큰 보람을 느끼시는 오빠의 흐뭇한 모습이 보기좋았다.
다만 올캐언니의 극성스런 모습만 조금 자제가 되었더라면
더욱 빛이 났을 자리였는데 약간의 아쉬움도 교차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밤이 깊을수록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우연히 딱 팔 남매만 남아 어릴적 이야기와 크면서
서로들 자기가 제일 힘들었다는 고생담을 늘어 놓으니
그래도 피붙이는 쉽사리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해 관계를 떠나 순수한 형제애를 보여준다는 것이 참 어렵기만 했는데
오빠들과 언니 동생들이 서로의 허심탄회한 속내를 보여 줄때는
옹기종기 모여 살던 옛날의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있는 법이다.
친정 아버지가 여든 다섯, 엄마가 여든 하나 이렇게 연세가 많다보니
건강문제, 주거 문제가 제일 걱정이 되고 두 노인네가 사시다가
갑작스런 변고가 당하지 않으실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아직은 엄마가 식사를 하실 수 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지만
조만간 힘이 부쳐 활동 할 수 없을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민감한 부분인지 모두들 확실한 답은 회피하고 미해결로 남게 되어버렸다.
친정 가까이 사는 딸인 나는 자주 갈려고 노력은 하지만
다른 올케언니들은 부모님의 문제에 서로들 미루고 손을 떼려 하는 것에
보는 나로써는 마음만 무겁고 안타깝기만 하다.
아버지.
크면서 너무나 무섭고 어렵기만 했던 아버지.
아들이 최고라며 딸은 중히 여기지 않으셨지만
지금은 당신의 아픔을 잔잔히 알아주는 딸 자식도 좋다고 하신다.
당뇨를 갖게 되신 후로 힘없는 모습을 보이실때는
예전의 당당했던 아버지가 그립기만하다.
기력이 딸려 이젠 마음대로 다 돌아 다닐 수 없는 사실에 서글프다 하신다.
아버지!!! 사시는 동안 건강 조심하시고 강해지길 빕니다.
엄마.
마음이 한없이 여리기만 하신 엄마.
엄마를 생각하면 울컥해진다.
지금껏 딸에게 무엇이든지 한없이 주시기만 하신다.
팔팔하게 다니시니 좋지만 나이에는 어쩔 수 없는지
조금씩 기억을 못하시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엄마!!! 몸 조심하시고 행복하게 사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