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이라고 술렁대는 분위기에
우리 가족도 간단한 술상을 차려 놓고 셋이서
덕담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 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중에 아들이 우리에게 편한 제스처로
가끔씩 말을 놓고서 농담을 하곤 했는데
거기에 대한 아빠의 훈계가 아들에게 떨어져
약간 썰렁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이에 울먹이며 아들 하는 말,
지난 추석에 시댁에서 있었던 서러움을 털어 놓았다.
추석날 마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벌이면서
아들과 사촌 형은 이젠 성인이다고 아른들이 끼어주었는데
아들이 할머니에게 정다움을 표시하면서 말을 놓았던 모양이다.
그날 저녁 남편은 술기운에 일찍 자고
아들래미는 아른들한테 무릎꿇고 장시간 설교를 들었단다.
어른 공경하는 태도가 버릇없다고.......
아들은 호랑이같은 할머니를 모두가 어려워 가까이 하질 않으니
저라도 기쁘게 해 드린다고 했던 것에
호된 질책이 떨어지니
가슴을 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고 싶으나
주변에 저를 대변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너무 너무 서러웠단다.
아빠한테 화살을 돌리며 보호막이 필요했는데
아빠는 지 곁에 안 계셨다고 원망을 토하는 거였다.
사촌형은 누나가 있어 말해 주지만
아들래미는 곁에 아무도 없음에 너무나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나보다.
아들왈,
지금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드려도 꼭 존댓말을 쓰면서
형식적인 이야기만 하게 되고 예전처럼 어리광을 부릴 수가 없다고....
난 모르고 있던 일이라 무심히 넘겨 버렸는데
아들에겐 엄청난 충격과 아픔으로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평소에 할머니에게는 손자중에서 제일 살갑고 곰살맞게 굴어
이쁜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이였는데.......
휴~~~~~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식 하나만을 고집하던 남편도 원망스럽고 미웠다.
고슴도치 사랑이라고
내 자식만큼은 모든게 이쁘기만 하던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들한테
이렇게 큰 상처가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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