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시아버님을 뵙고서...

네슈라 2004. 11. 23. 07:51

가을 걷이가 끝난뒤로는 발길이 뜸했졌던 시댁에

모처럼 휴일날  홀로 계신 아버님을 뵈오려 찾아 가게 되었다.

 

시어머님이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병명으로

다리 고생이 많으셔서 두번이나 수술을 했건만

다시 무리가 오셨는지 무척 아프시다하여 

종합 검진도 받을겸 물리 치료도 받아 보실려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하시게 된것이다.

백병원의 고박사님이 제일 잘하신다는 어머님의 말씀으로

그곳에 계시면서 종합 진찰을 받아 보시고 또 다른 수술이 없이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 아버님!

올해 연세가 일흔 아홉, 내년이면 팔순이시다.

우리 시아버님을 뵐때마다 생각하지만

지금껏 살아 오시면서  남에게 좋은 일만 하시다보니

정작 당신에게는 커다란 손해가 너무 많았지 않았나 싶다.

 

바로 곁에 계시는 어머님의 성격이

남자보다 더 고집세고 과격하고 불같으시니

한평생을 살아 오시면서

남에게 말못할 가슴앓이를 많이 하신 분이시다.

 

자녀들에게나 주위 사람들에게도 당신의 권위를 

내세우는 일보다 양보와 타협을 더욱 중요시 하다보니

지금에 와선  한잔의 술김을 빌어 

가슴속에 굳어 버린 응어리를 풀고 싶어 하신다.

 

언제나 말씀이 없으시고 조용하시지만 

며느리들이 옆에서 정답게 말을 붙여 드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는 인자하신 그 얼굴에

약간의 수줍음도  띄우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곧잘 해주신다.

그런 아버님을 며느리들이 다 좋아하니

약간의 시샘어린 시어머님의 질책을 받을 때도 종종 있다.

 

나이가 있으신지라 주위의 친구분들이

하나 둘 저세상으로 떠나실때는

몸도 마음도 쓸쓸해지고 착잡한 기분이 드신단다.

 

아버님과 나는 성격이 많이 비슷하다보니

아무 말없이 같이 있어도 전혀 불편하거나 어색하질 않으니

난 아버님을 정말 좋아하나보다.

 

수많은 세월을 농촌에 묻히시어 살아 오시는 동안

손과 발은  거칠고 투박해지셨지만

순수한 모습을 지금껏 가지고 계시는  우리 아버님이시다.

 

살아 계시는 동안에는

건강하신 모습으로  좋은 일들만  일어 나길 바랄 뿐....

 

어머님의 건강이 빨리 쾌차하셔서 집으로 오셔서

비록 아버님과 살갑고 정답게 사시지는 않더라도

효도 자식보다는  어머님이 더 든든하실것같으니

빨리  집에 오시길 빌어 본다.

 

혼자서  식사를 잘 해 드시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연로하신 아버님을 홀로 계시게 하고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무척 무겁고 더디기만 했다.

 

앞으로의 여생을 건강하신 몸으로 사시면서

당신이 하고픈 일도 있으시면

여러 눈치 보지 마시고

마음껏  하시면서 사셨으면 정말 좋겠다.

 

항상 저를 볼때마다 

쬐그마하다고 안쓰러워 하시는  둘째의 마음입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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