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끝나고
이제부턴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되나보다.
조금만 음직여도 땀이 날 정도로
은근히 후덥지끈한 하루였다.
회사의 사정상 내부 보수 공사를 겸하여
여름 휴가가 예상외로 길게 잡혀서
15일 정도를 쉬게 된다는 소식에
마침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 한 철을
이렇게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됨에 내심 반가웠다.
오늘 긴 휴가에 들어가기전
그간에 고생한 직원들 위로차 회사에서 회식을 갖게 되어
직원들과 오랫만에 허물없는 자리를 함께 하고
한 잔의 술기운으로 약간은 풀어진 모습이 되어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모두들 들뜬 기분으로 함께 어울렸다.
당연히 이어지는 2차
노래방으로 직행하여 서로가 어울리면서
함께 소리내어 노래를 불러보는 흥겨운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나도 즐거운 맘으로 방방 뛰어 보았다.
평소에 말이 없고 내성적인 내가
의외로 활발하게 노래부르고
못추는 춤까지 흔들며 분위기 쇄신에 일조를 가하니
다들 웃으면서 놀라워하긴 했지만서도...
그 와중에 평소에 내가 껄끄러워하는 한 동료가
나에게 맥주 한 잔을 권하면서 다소 부드러운 얼굴로 찾아왔다.
난 그녀가 처음 대면할때부터
사람 무시하는 투로 인상 구기면서 성깔스럽게 대할길래
지금껏 거의 말 한마디를 건네지 않고서
될수록 서로 부딪치는 것을 피해 왔던 터라
약간 의외의 제스처에 놀라기도 하면서
나도 쑥스러운 기분으로 한 잔을 건네 주었다.
다른 동료들에게는 스스럼없이
상냥하고 친절하게 잘 대하게 되는데
유독히 왜 그렇게 그녀만은 싫었는지 모르겠다.
외관상 내 체격이 작고 어려 보인다는 선입견으로
처음보는 이들중에 거만한 스타일들은
꼭 일단 깔아 뭉개려는 치졸함에
나도 자존심 하나로 버티려는 오기가 발동한 것일거다.
나의 싫고 좋음의 뚜렷한 표현에 있어
일종의 자기 방어적인 나의 방식이
그녀의 오만함에 도전장을 내민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와의 냉전은 꽤나 길게 간 것이다.
이제부터는 얼굴을 마주 하게 되면
조금은 어색하겠지만 마음을 풀고서 다가가도록 해야겠지?
사람의 만남이 하찮아 보일지언정
스치는 인연이길래
이렇게 서로가 엮어지면서
두리 뭉실 살아가는 것도 순리일텐데......
쉬는 날 동안
짙은 녹음이 우거진 숲속길을 따라
여름 향기를 맡으러
부지런히 산에 다녀야겠다.